보도자료 [논평] SPC그룹의 “8시간 초과 야근 폐지” 발표에 대한 화섬식품노조 입장
교선국장
작성일25-07-3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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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SPC그룹의 “8시간 초과 야근 폐지” 발표에 대한 입장
대통령 질책에 응답한 SPC,
그럼에도 걱정이 가시지 않는 이유
지난 7월 25일, 대통령이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SPC 중대재해 산업 현장을 직접 찾아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SPC의 산재 사망사고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이라는 구조적 문제로부터 기인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근본 대책을 주문했다. 대통령의 질책은 이틀 뒤 SPC의 “야간 초과근로 없앤다”라는 응답을 불러냈다. 사망사고 3년이나 지난 뒤라서 아쉬움이 크지만, 제대로 실행되어 장시간 노동이 근절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기대보다는 여전히 걱정이 앞선다.
첫째, 야근 초과근로 금지, 과연 실효성 있고 현실성 있는 조치일까?
SPC의 중대재해의 근본 원인은 ‘노후설비’와 ‘장시간 노동’이 핵심이다. 이는 2022년 SPL 사망사고 때부터 노동안전 전문가 등이 줄곧 지적해온 문제다. 대통령도 간담회에서 장시간 노동은 저임금과 구조적으로 관련 있을 것이니 임금 현황도 살펴볼 것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주문할 정도였다.
야근 초과근로를 없애면 실노동시간이 줄어드는 만큼의 임금 저하가 현실적 문제로 나타난다. 따라서 대통령의 발언처럼 장시간 노동을 해소하려면 저임금 해소 방안도 함께 제시되어야만 실효성이 담보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의지는 밝히지 않았다. 사실 간담회에서 SPC 회장은 대통령의 추궁에 대해 “순차적, 단계적, 서서히”로 답하며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틀 뒤 아차 싶었는지 야근 초과근로 폐지를 선언했지만, 걱정이 남는 대목이다.
중요한 건, 장시간 노동 해소를 위한 근무 시스템 마련 여부이다. 지난 5월 29일 더불어민주당 주최 긴급 간담회에서 SPC는 4조3교대를 언급한 바도 있지만, 이후 국회 제출 자료에서는 시범운영만 남고 도입 계획은 없었다. 오히려 ‘3조2교대’나 ‘신2조2교대’를 언급하며 여전히 2교대제 운영에 집착하고 있었다. 자료에 의하면 2027년 말까지도 2교대 근무가 거의 40%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걱정을 씻을 수 없다.
둘째, 책임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일이 습관이 되면 반드시 큰일이 난다. 진정 “지배구조 까지 들여다봐야 발본색원”할 수 있다.
SPC는 2022년 이후 3명의 산재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비슷한 시기, 장시간 노동으로 또 다른 3명의 노동자는 과로사했다.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만연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고 원인을 진단하고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책임있는 조치는 최고 경영자의 의지로부터 시작돼야 하는데, SPC에서는 그런 의지와 신뢰를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다.
사회적 약속 또한 엄중하긴 마찬가지다. SPC는 지난 2022년 화섬식품노조(파리바게뜨지회)와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한 임금 자료 제공’을 합의한 바 있으나, 3년이 지나는 지금까지도 자료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 이행 문제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2017년 불법파견 해소를 위해 합의했던 사항이다. 어쩌면 법보다 더 무겁게 느껴야 할 사회적 약속인데도 8년째 지키지 않고 있다. 이런 자본에게 과연 책임 있는 조치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또 쌓인다.
셋째, 진정 현장 노동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고는 있을까?
대통령 간담회에 참석한 노조 대표자는 “근로시간에 대해서 체크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노조 대표자의 발언으로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대목이다. 임금과 노동시간은 노조의 가장 핵심적 사안이자 교섭 의제이기도 하다. 더구나 사망사고 뿐아니라, 2023년 과로사도 발생했던 곳이다. 장시간 노동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도 노동시간을 체크하지 못했다?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다.
SPC는 소수노조 파괴 혐의로 그룹 회장을 비롯한 임원과 관리자 수십 명이 1년 넘게 재판을 받고 있다. 해당 사업장 교섭대표 노조도 노조파괴 공범으로 피고인석에 같이 서고 있다. 2023년 산재 사망 때는 국회의원의 사고 현장 출입을 가로막은 것도 해당 사업장 교섭대표 노조였다. SPC는 이런 노조들하고 ‘혁신 도모’ 한다면서 소수노조의 참여는 철저히 배제했다.
넷째, 정부 당국의 해결 의지도 분명해야 한다. 국무총리 산하에 국민검증위원회를 설치하여 객관적 검증과 조직문화까지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최근 SPC는 ‘변화와 혁신 추진단’을 출범시키며 오너 중심의 책임경영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적 신뢰 회복과 진정한 혁신을 위해서는 자기들끼리가 아닌 외부인사로 구성하는 국민검증위원회(태안화력 김용균 특별조사위나 삼성크레인 국민참여조사위) 같은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검증체계를 도입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국무총리 산하에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국민검증위원회를 설치하자. 3년 넘도록 미적대던 회사가 대통령의 직접 현장 방문에 ‘하겠다’는 응답이라도 내놓았듯이, 사회적 여론과 관심사가 큰 문제 해결에 정부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
“대통령님, 철저하게 조사하여 빵 만들다 죽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소수노조의 간곡한 요청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세심히 살펴보는 국민주권정부가 되길 바란다.
202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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