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SPC삼립 노동자들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 회사와 기존 노조 비판하며 민주노조 결성하다
교선국장
작성일25-09-1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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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삼립 노동자들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
회사와 기존 노조 비판하며 민주노조 결성하다
SPC삼립 노동자들이 회사와 기존 노동조합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노동조합 설립을 선언했다.
화섬식품노조 SPC삼립지회는 18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설립선언문을 발표했다.
지회는 지난 5월 일하던 중 사망한 직장동료를 언급하고 “그 황망하고 억울한 죽음에 온전히 슬퍼하고 추모하지도 못한 채 회사의 무책임과 노동조합의 무능력에 그저 숨죽이고 있어야 했다”고 회고했다.
지회는 “사고 후 회사와 노동조합의 비인간적이고 답답한 대응들을 목격하면서 ‘목구멍이 포도청이다’라는 말을 계속 되뇌었다”고 했다. 지회는 “동료의 죽음이 너무 허망하여 슬픔이 흘러넘칠 때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으니 언급하지 말라’는 회사의 지시에도, ‘공장을 다시 가동시켜 달라’는 탄원서에 사인을 강요할 때에도, 대통령에게 우리의 슬픔과 분노,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그 좋은 기회에, 동료의 죽음을 추도하지 않고 우리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는커녕 그저 ‘대통령님 제가 찐팬이에요’라는 소리만 해대는 노동조합에도 침묵했다”고 했다.
지회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일방적인 임금 삭감과 퇴직금 저하, 소통 없고 일방적인 무리한 교대제 개편으로 인해 더욱 힘들어진 출퇴근 길, 줄어든 야간 노동만큼 주말에 일을 더 하라는 개소리뿐”이라며 “고통 분담하자는 회사는 그 모든 고통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성토했다.
지회는 또 “이미 낮아진 임금에 회사를 떠난 동료, 떠난 자리에 신입이 들어와 더 높아진 업무 강도에 고통받고 곧 다가올 겨울이 불안한 동료, ‘보험을 해지해야 하나’, ‘대출은 어떻게 해야 하나’ 당장 돈이 없어 고민하는 동료들이 있다”며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나?”라고 물었다.
지회는 이런 상황에 조합원들을 대변해야 할 노동조합이 그 역할을 하지 않고 있으며, 연락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회사는 노동조합이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말한다”며 “우리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회사와 결정 할 때 누구의 목소리를 듣고 결정한 건가?”라고 기존 노동조합에 따져 물었다.
지회는 마지막으로 “우리는 회사와 노조가 하라는 대로 해야만 하는 기계가 아니”라며 “이제 목구멍이 포도청인 우리가, 이 회사에 반드시 필요한 우리가,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고, 착취당하지 않고, 손해 보지 않고, 안전하게 일하고, 소통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우리 직원들을 위한 진정한 노동조합,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노동조합을 만든다”라고 선언했다.
한편, SPC삼립에는 한국노총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식품노련) 소속 노동조합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번에 설립을 선언한 SPC삼립지회는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소속이다. 화섬식품노조에는 SPC그룹 소속 파리바게뜨지회, 던킨도너츠비알코리아지회, SPL지회 등이 소속돼있다.
[설립선언문]
동료의 억울한 죽음에도 침묵한 우리
SPC삼립 민주노조로 더 이상 침묵하지 말자
우리는 지난 5월 동료의 죽음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황망하고 억울한 죽음에 온전히 슬퍼하고 추모하지도 못한 채 회사의 무책임과 노동조합의 무능력에 그저 숨죽이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4개월여가 흐른 지금, 우리는 어떤 모습인가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사고 후 회사와 노동조합의 비인간적이고 답답한 대응들을 목격하면서 계속 되뇌인 말입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옳은 말이 가끔은 버거울 때가 있습니다. 동료의 죽음이 너무 허망하여 슬픔이 흘러넘칠 때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으니 언급하지 말라’는 회사의 지시에 침묵했습니다. 공장 가동 중지 이후 교육이라는 명목하에 우리를 불러내어 ‘공장을 다시 가동시켜 달라’는 탄원서에 사인을 강요할 때에도 침묵했습니다. 대통령에게 우리의 슬픔과 분노,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그 좋은 기회에, 동료의 죽음을 추도하지 않고 우리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는커녕 그저 ‘대통령님 제가 찐팬이에요’라는 소리만 해대는 노동조합에도 침묵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회사가 있어야 우리가 있지, 내 목구멍이 포도청이다’하며 침묵한 대가가 무엇입니까?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일방적인 임금 삭감과 퇴직금 저하, 소통 없고 일방적인 무리한 교대제 개편으로 인해 더욱 힘들어진 출퇴근 길, 줄어든 야간 노동만큼 주말에 일을 더 하라는 개소리뿐. 우리는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고통 분담하자는 회사는 그 모든 고통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이미 낮아진 임금에 회사를 떠난 동료, 떠난 자리에 신입이 들어와 더 높아진 업무 강도에 고통받고 곧 다가올 겨울이 불안한 동료, ‘보험을 해지해야 하나’, ‘대출은 어떻게 해야 하나’ 당장 돈이 없어 고민하는 동료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우리의 이런 불안한 목소리를 대변해줘야 하는 노동조합도 회사와 다를 바 없습니다. 우리는 아직까지도 우리 임금이 어떻게 계산될 건지, 바뀐 근무체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퇴직금은 왜 저렇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있고, 회사는 노동조합이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말합니다. 수차례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아가도 문이 잠겨 있고, 위원장에게 전화하고 문자를 보내도 전부 차단당하고 있습니다. 조합비 따박따박 받아가는 노동조합은 우리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회사와 결정 할 때 누구의 목소리를 듣고 결정한 겁니까? 회사도 노동조합도 들어주지 않는 우리 목소리. 더 이상 이렇게 가만히 묻히게 둘 수 없습니다.
회사에게 말합니다. 대통령은 산재 사망 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라고 한 것이지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임금을 깎으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노동조합에게 말합니다. 조합원과 아무런 소통도 하지 않고 임금이 깎이고 노동조건이 후퇴되는 결정들을 하는 노동조합은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회사와 노조가 하라는 대로 해야만 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나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각자의 삶을 지켜나가는 사람입니다. 이제 목구멍이 포도청인 우리가, 이 회사에 반드시 필요한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고, 착취당하지 않고, 손해 보지 않고, 안전하게 일하고, 소통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우리 직원들을 위한 진정한 노동조합,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노동조합을 만듭니다.
2025년 9월 18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SPC삼립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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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도자료-001.jpg (179.6K) 5회 다운로드 | DATE : 2025-09-18 18: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