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IT위원회,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 비판
선전국장
작성일22-12-1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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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IT위원회,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 비판
"한국사회를 초(超)과로사회로 되돌리겠다는 것"
- 기사입력 2022.12.16 17:00
이같은 연구회의 권고안에 대해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IT위원회(이하 IT위원회)는 “IT업계에서 마감을 앞두고 수면, 영양 섭취, 위생, 기타 사회활동 등을 희생하며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소위 ‘크런치 모드’로 인해 과로자살, 과로사와 같은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었다”며 “연구회의 권고안은 크런치 모드를 전 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연구회가 권고할 것은 연장근로 허용이 아닌 포괄임금제 폐지와 근로시간 단축”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의 비판도 거세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권고안은 평생 적게 받고 많이 일해 자본(기업)의 곳간을 채우라는 것”이라며 노골적인 친기업 행보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도 논평을 통해 “사용자들이 요구한 연장노동시간 관리단위 확대 등은 매우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내용인 반면,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과 휴식·휴가 등의 조치는 매우 추상적이고 개괄적이다. 이 권고문이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고자 하는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노동계의 반응에 대해 연구회는“활동과정에서 경영계를 비롯한 이해관계자 누구와도 의제부터 논의내용까지 상의한 바 없으며, 결과를 전제하고 논의를 진행한 바 없다”며 “재계이익을 대변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지난 3월 대통령 인수위에 전달한 <신정부에 바라는 기업정책 제안서>의 내용과 연구회의 권고내용 상당수가 내용이 일치하거나 비슷하다. 정부가 자문기관을 통한 권고라는 형식을 빌려서 경영계의 숙원사업을 해결해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연구회는 지난 2022년 6월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에 따라 7월 18일 발족되었다. 앞으로 정부는 연구회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노동 개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16일 연구회 소속 교수들과 조찬 겸 간담회에서 “정부는 권고문을 최대한 존중해 노동시장 개혁을 신속히 추진해나가겠다”며 “임금과 근로시간 개혁과제는 가급적 이른 시일 내 입법안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에 입법을 추진하고, 이중구조 개선 등을 위한 추가 개혁 과제도 곧바로 사회적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이하 전문)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 관련 입장 발표
크런치 모드의 전 산업 확대, ‘초과로’ 사회로 되돌리겠다는 것
포괄임금제 폐지해서 장시간 노동 근절해야
현재 대한민국 노동환경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장시간 노동' 입니다. 2021년 OECD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1인당 연평균 실제 근로시간은 1915시간으로, OECD 38개 회원국 중 4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OECD 회원국의 평균 근로시간인 1716시간 보다 199시간이나 높은 수치이며, 대한민국의 노동자는 1349시간 일하는 독일의 노동자에 비해 566시간이나 많이 일하고 있는 셈입니다. 초장시간 일을 하고 있음에도 추가 수당 지급 의무가 없는 포괄임금제로 인해 노동시간을 제대로 측정하지 않는 수많은 사업장들의 숨은 노동시간이 제외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현실은 훨씬 더 심각할 것입니다.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야간근무를 발암추정 요인(2A군)으로 분류한 바 있으며, 장시간 노동을 한 노동자들은 심근경색의 발생 위험도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IT업계에서 일정기간 초장시간 노동, 소위 크런치 모드로 인해 과로자살, 과로사와 같은 비극적인 일이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52시간 상한제가 시행되었습니다.
52시간 상한제 시행 이후 노동시간 감축 효과가 있었습니다. 특히 IT업계에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경우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추가로 일한 시간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게 되자 노사가 함께 노동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포괄임금제를 폐지하지 않은 IT산업의 대부분 사업장은 ‘초과 수당’ 지급 의무가 없다 보니 노동시간 측정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고, 때문에 52시간 상한제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변함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시행해야할 가장 시급한 조치는 포괄임금제 폐지입니다.
이번 권고안에서 가장 심각해 보이는 것은 이런 장시간 노동을 몰아서 하는 것이 별 무리가 없다는 시각입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닙니다. 잠을 몰아서 잘 수는 없습니다. 11시간 휴식을 보장한다고 해도 하루 13시간을 일해야 합니다. 출퇴근 시간, 잠자는 시간 모두 포함해서 11시간만 쉬고 13시간 매일 노동을 이어나가는 것은 분명 몸에 큰 무리가 갈 것입니다.
게다가 변화하는 산업 환경은 점점 더 높은 창의력을 요합니다. 창의력은 충분한 휴식에서 나옵니다. 따라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52시간 상한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업무에 필요하지 않은 시간을 줄여 업무 효율을 높이고, 채용을 통해 장시간 일할 필요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만약 채용이 힘든 중소규모 사업장이 있다면 오히려 채용을 지원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는 일하는 사람을 늘리고 업무시간을 나누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사람들을 갈아 넣어 해결하라는 것으로 시대를 역행하는 것입니다.
포괄임금제 폐지 없이 초과 근로를 특정 기간에 몰아서 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크런치 모드를 전 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52시간 상한제 시행 이후 노동시간을 줄여가던 흐름을 중단시키고 또 다시 대한민국을 ‘초과로’ 사회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므로 절대 진행해서는 안 됩니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는 크런치 모드의 전 산업 확대 시도를 중단하고, 포괄임금제 부터 폐지하여 장시간 노동 문제를 근절할 것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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