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여성활동가대회 참가기] ‘최초 여성 지회장’의 무게, 동지들과 함께라면 (조민희 화섬식품노조 서브원지회장)
교선국장
작성일25-10-0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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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민주노총 여성활동가대회 참가기 ①
“성평등 정책 구체화, 노동현장 차별해소 위한 요구안 마련… 앞으로의 과제”
매해 민주노총 여성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성평등 의제를 토론하고 발굴하는 여성활동가대회가 지난 9~10일 치러졌다. 민주노조 안팎의 성평등 과제를 토론하고 고민했던 1박2일간의 참가기를 조민희 화섬식품노조 서브원지회장이 노동과세계에 보내왔다. [편집자주]

저의 외할아버지는 사회 선생님이셨습니다. 외할아버지는 제 어머니의 이름을 ‘전정숙’으로 지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보던 궁서체의 ‘정숙’이라는 단어는 제 마음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여자는 정숙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강하던 시절, 어머니는 이름처럼 평생을 정숙하게 살아오셨습니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가 처음으로 고집을 피운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제 이름을 지을 때였습니다. 1979년, ‘똑순이 김민희’가 국민적 인기를 끌던 시절, 어머니는 어떻게든 딸에게 ‘민희’라는 이름을 주고 싶어 했습니다. 그 결과 저는 ‘조민희’가 되었고, 오늘 화섬식품노조 대전충북지부에 속한 지회 중 최초의 여성 지회장으로서, 지회장 취임 183일째 되는 날 민주노총 여성활동가대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대회는 각 가맹·산하 조직의 여성과 성평등 담당자들이 모여 여성 노동자의 권리 강화와 차별 해소를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유리천장’을 확인했습니다. 능력과 자격이 충분해도 승진과 배치에서 차별을 겪는 현실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과제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정책과 제도에 성평등 관점을 담아내는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전략’의 필요성을 깊이 느꼈습니다.
단체협약 사례를 나누는 시간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육아휴직, 돌봄 지원, 가족수당, 보건수당, 불임 병가, 배우자 임신 기간 동행 휴가 등 이미 현장에서 실현되고 있는 조치들은 신선한 자극이 되었습니다. 해외 사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성평등 공시제, 돌봄노동의 가치 인정과 같은 제도들은 반드시 도입해야 할 과제임을 절감했습니다. 내년 대회에서는 이 과제들이 어떻게 진전되었는지 함께 확인하고 싶습니다.
저는 쌍둥이 출산 후 회사 방침으로 육아휴직조차 사용할 수 없었고, 단 3개월의 출산휴가를 마치고 현장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돌봄과 활동을 병행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내 아이들이 조금 더 평등한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에, 활동은 힘겹기보다 오히려 즐겁고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확신이 저를 버티게 합니다.
그동안 저는 지회 현안에 몰두하며 눈앞의 나무만 바라봤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숲의 웅장함을 보았습니다. 강의, 조별 토론, 7분 스피치까지 모든 과정이 서로를 북돋우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함께한 율동은 동지애와 열정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저는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 대신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합니다. 성평등 정책을 구체화하고, 노동 현장의 차별 해소를 위한 요구안을 마련해 실현해 나가는 일입니다. 참가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성평등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저는 이번 대회를 통해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님을 다시 느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지지하고 연대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이번 대회에서 다진 결의와 연대가 사회의 건강한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 믿습니다.
끝으로 대회를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내년 대회에서는 더 단단해지고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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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7836_129240_2550.jpg (145.0K) 2회 다운로드 | DATE : 2025-10-02 13:52:29